채용의 과정은 T.O를 내고 JD를 작성하는 것부터 신규 입사자의 첫 출근까지 많은 부분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모든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인터뷰가 가장 중요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같이 일할 사람을 처음 마주하는 자리이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파악해야 하는 시간이기에 나는 이 인터뷰에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다.
그렇다면 인터뷰에서 꼭 챙겨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지원자가 준비한 것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그리고 지원자를 공평하게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면접관이 할 수 있는 작은 배려 5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 이런 내용이 담겨있어요
1. 답변 거부권(?) 드리기
내가 지원자 입장에서 경험했던 사례다. 여러가지 질문과 답변이 오고가다 보면 간혹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너무 개인적인 질문이거나 이전 직장에서의 경험 중 기밀에 가까운 내용을 묻는 질문이 보통 이 경우인데 면접관이 나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한 질문은 아닐지언정 대답을 회피하면 이로 인해 불합격이 될까봐, 혹은 분위기에 짓눌려 마지못해 대답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얼떨결에 대답하더라도 즉시 후회가 되고 남은 면접을 망칠 뿐더러 회사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게 되더라.
그래서 나는 지원자 분들로 하여금 이런 경험을 받지 않으셨으면 해서 인터뷰 시작할 때 꼭 안내해드린다. ‘면접관도 사람인지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답변하기 불편한 질문을 할 수 있으니 대답이 어려운 경우는 말해주시라‘며 대답을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알려드린다.
2. 월요일/금요일은 피해서 인터뷰 하기
현업과 채용이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상호간에 영향을 받는다. 월요일은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이다보니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 듯 미팅도 많고 주말 간 쌓인 업무도 처리해야 해서 좀 더 바쁜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바쁜 상황에서는 아무리 인터뷰에 집중하려 해도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면접장에서 이야기를 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아까 미처 끝내지 못한 업무가 떠오른다. 내 업무로 인해 지원자에게 불이익이 가서는 안되기에 가급적 월요일은 피하고 화수목 중에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한다.
금요일은… 지원자분들도 가급적 금요일은 피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
3. 인터뷰 시간은 점심 직전/직후는 피한다.
2번과 같은 맥락이다. 면접관의 상태나 기분이 면접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면접관도 사람이다보니 신체 상태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허기가 진 상태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혹시라도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에 가급적 점심 직전은 피한다. 반대로 점심 직후 시간은 점심 모드에서 다시 업무 모드로 복귀하는 스위칭에 시간이 필요한 편이라 너무 타이트하게는 잡지 않으려고 한다.
4. 타이핑을 하더라도 아이컨택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 항목은 내가 지원자 입장에서 인터뷰를 볼 때도 종종 느끼곤 한다. 바로 아이 컨택을 적극적으로 하는 면접관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은 면접관이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열심히 타이핑을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면접의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겠거니 생각하지만 가끔 타이핑을 할만한 타이밍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게 된다. 그럴 때 마다 면접 자리에서 다른 업무를 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화상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인터뷰에서는 환경 특성 상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같은데 면접관은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도 지원자 입장에서는 귀신같이 느껴지니 항상 주의하자.
5. (복도쪽이 통유리로 되어있는 회의실의 경우)지원자가 복도쪽에, 면접관이 벽쪽에 자리한다.
보통 지원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안쪽에 앉게 자리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면접 자리에서는 면접관이 벽을 등지고, 지원자가 복도를 등지고 앉도록 하는 게 좋아 보인다.
벽을 등지고 복도 쪽을 보고 앉게 되면 아무래도 사무실 풍경이나 다른 직원들이 돌아다니거나 일하는 모습이 보일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긴장한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으로 인해 지원자의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만들 필요는 없으며 때로는 지원자 입장에서 유쾌하지 않는 모습이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지원자 입장에서 편하게 시선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복도에 앉아 벽을 볼 수 있게 자리를 배치한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이제 인터뷰는 회사가 구직자를 평가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구직자도 회사를 평가하는 자리가 되었다. 회사 입장에서 인터뷰 자리는 채용 뿐만 아니라 잠재고객이나 비즈니스의 옹호자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입사 지원한 인터뷰이를 위한 작은 배려를 몇 가지 적어봤다. 무엇보다도 지원자의 심리를 편하게 하고 공평하게 인터뷰 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조심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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